따지기식 입시문법vs원어민식 문법감각: 청크와 문법의 비밀3

지난회차까지 청크란 무엇이며, 실제 예문으로 청크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 중에는 “그 골치 아픈 문법을 또 하란 말인가?”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문법이라는 것은 골치 아픈 ‘따지기식 입시문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외로 쉽고 간단한 ‘원어민식 문법감각’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 하려면 문법감각이 탄탄해야 한다”고 하면 펄쩍뛰는 사람이 많다. “아니, 우리가 문법만 배우다가 망했는데, 또 문법을 하란 말입니까? 영어는 그저 미국사람과 회화연습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겁니다.”

언뜻 듣기에는 꽤 그럴듯한 말이다. 그래서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영어가 잘 안 됐던 것은 “문법만 배웠기 때문”이 아니고, “문법을 잘못 배웠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문법만 배워서” 그렇다면 문법이라도 잘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토록 지겹게 공부했지만 제대로 아는 것도 별로 없는 형편이다. 지금까지 영어가 잘 안되었던 것은 “잘못된 문법을 잘못된 방법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배웠더라면 지금 같은 고생은 아예 하지도 않는다.

문법 얘기가 나오면, 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사람들은 문법을 몰라도 말만 잘 하더라. 그러니까 문법은 배울 필요 없고 그냥 말만 연습하면 된다.”

이 역시 언뜻 듣기엔 꽤 그럴 듯 하게 들리는 얘기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뉴욕에 놀러왔던 아프리카 추장 얘기가 생각난다.

‘한 아프리카 부시족 추장이 뉴욕에 왔다. 온갖 해프닝을 벌이며 구경을 끝낸 뒤 돌아가면서, 호텔 방의 수도꼭지를 선물로 달라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그냥 꼭지만 틀면 찬물 더운물이 저절로 쏟아지는 신기한 물건”이라고 하더라’는 얘기다.

그 물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생각도 못하고 그냥 저절로 물이 쏟아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영어도 이와 꼭 같다. 미국사람들이 너무 쉽게 영어를 하니까, 마치 ‘문법을 몰라도, 수도꼭지에서 물 쏟아지듯이, 저절로 입에서 영어가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배우고 익힌 ‘튼튼한 문법감각’이 들어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영어가 나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영어를 능통하게 잘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완전히 자기 것이 되어서 일부러 신경쓰지 않아도 저절로 돌아가는 ‘자동화된 문법감각’이 들어있다. 이것을 제대로 터득하면 영어가 되고, 터득하지 못하면 영어가 안 된다.

그러면 ‘자동화된 문법감각’이란 어떤 것인가? 이제부터 그 얘기를 해보기로 하자.

영어의 문장들은 ‘작은 문법(micro-grammar)’의 눈으로 보면 굉장히 복잡한 것 같지만, ‘큰 문법(macro-grammar)’의 눈으로 보면 의외로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영어문장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뼈대가 간단한 ‘기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기본문’들은 글자 그대로 기본적인 뜻만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의 입맛과 기분에 따라 여러 가지 ‘보충양념’을 넣어서 다양하고 풍부한 뜻을 나타내게 된다.

또한, 좀 더 복합적인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 기본문들이 서로 ‘결합’되어 긴 문장을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한마디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영어의 문장은 “기본문 + 보충양념 + 결합”의 모습이다. 아주 간단하다.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나 원어민의 머릿속에는 바로 이 이치가 ‘자동화된 상태’로 들어있는 것인데,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클린턴 연설문을 다시 보자.

여기 첫 문장 “I never met my father.”는 기본문 “I met my father.”에 보충양념 “never”가 들어있는 형태인데, 영어를 제대로 하려면 이 정도의 기본문은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자동화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영어를 꽤 공부했다는 사람들 중에도

“나는 그녀를 만났다.”를 “I meeted her.”라고 하고,

“나는 시장에 갔다.”를 “I goed to the market.”라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머릿속으로야 meet의 과거가 met, go의 과거가 went 라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하려면 엉뚱한 소리가 튀어나온다.

 귀와 입에 자동화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긍정문일 때도 그렇지만, 부정문, 의문문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면 정말 가관이다.

“나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어”를 “I didn’t met her.”

“어디서 그녀를 만났어요?”를 “Where did you met her?”라고 해놓고도 말짱한 얼굴을 하고 있다.

회화연습도 좋고 토익 문제 연습도 좋지만, 영어를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런 기본문 단위의 긍정문, 의문문, 부정문부터 저절로 튀어나오도록 자동화 훈련을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 다음 “He was killed.”도 역시 기본문이다. 입시문법에서는 “수동태니까 뒤집어서 해석해야 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온갖 골치 아픈 소리를 다 하지만, 원어민의 입장에서는 “He was happy.”와 똑같은 기본문일 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자. 예를 들어서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문법 개념으로는 다음 세 문장의 문법개념이 각각 다르다.

그러나, 원어민의 경우에는, 문법을 연구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이해한다.

He was / happy.

그는 / 행복했다.

 

He was / sleeping.

그는 / 잠자고 있었다.

 

He was / killed.

그는 / 살해되었다.

‘He was~’는 ‘그 사람은 어떠했다’하는 뜻이고, ‘happy’, ‘sleeping’, ‘killed’ 는 각각 그 ‘어떠했다’는 상태를 설명하는 것일 뿐, 따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한창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 독해속도를 올리려고 애쓸 때마다 걸리는 장애물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수동태였다. 학교에서 수동태와 능동태를 바꾸는 연습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능동태로 바꾸면 어떻게 되지?”하면서 주춤거리는 것이 병이었는데, 이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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