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샘 영어공부 시작한 이야기 2.

미리 연습했던 대로 ‘취미’도 물어보고,
‘고향이 어디냐?’도 물어보고,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도 물어 보고 하면서 이번에는 내 쪽에서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한참을 했더니
옆에 앉은 친구의 표정이 점점 이상해지며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다.

“봤지? 어떠냐?” 하는 생각에 으쓱해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내 영어 솜씨가 며칠 새 꽤 늘어서 대화를 할만하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다음 할 말을 찾고 있는 사이에,
이 ‘존슨 대위’가 갑자기 예정에 없는 소리들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조금 전까지는 내가 미리 외워 두었던 범위 안에서 하는 말들이니까 그런 대로 짐작 반 추측 반으로 대충 알아들을 수가 있었지만,
이번에 하는 말들은 도무지 뭐라고 하는 건지, 가끔씩

“president” “north Korea”하는 등의 낯익은 단어들만 몇 개 들릴 뿐 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대통령이 북한에 갔다”는 얘긴지, “북한에 대해서 뭐라고 했다”는 얘긴지,
아니면 “북한공비들이 대통령을 습격했다”는 얘긴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야 뭐라고 대꾸라도 해보지 정말 난감했다.

“에라, 모르겠다. 그건 내가 준비하지 않았던 거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나는 나대로 연습했던 말들이나 소신껏 해봐야겠다.” 생각하고는 그가 말한 내용에 상관없이 내가 미리 외워두었던 예문들을 순서대로,
그야말로 소신껏(?) 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참 하다 보니 이건 동문서답도 유분수지 도대체 대화가 되지를 않는다.

마주 앉은 존슨 대위도 내가 자기 얘기는 듣지도 않고 계속 엉뚱한 질문만 해대는 게 이상한지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쳐다본다.

“아하, 내가 듣는 연습을 하지 않은 것이 실책이구나.

그럼 며칠동안 듣는 연습을 한 뒤에 다시 해봐야겠다.” 생각하고는 대충 그 자리를 수습하고 집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듣기 연습에 착수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요즘처럼 책방에만 가면 영어 카세트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때가 아니고,

듣기 연습을 하려면 AFKN 방송을 듣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는데, 며칠만 연습하면 될 줄 알고 시작한 AFKN청취가 생각처럼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처음 듣기 시작한 것이 매시 정각에 나오는 5분 짜리 뉴스였는데,
아무리 귀를 곤두세우고 들어봐도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Washington’, 또 한참 뭔지 모를 소리를 하다가는 ‘Johnson’,
또 한참 뭐라뭐라 하다가는 ‘Vietnam’하는 식으로 귀에 익은 단어 몇 개만 들리고는 영 캄캄절벽이다.

“처음이니까 그렇겠지”하고 며칠을 계속 들어보았으나, 여전히 오다가다 반가운 단어 몇 개씩만 들릴 뿐 좀처럼 나아지는 기미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건지 녹음을 해서 받아 적어 봐야겠다.”

생각하고는 청계천 중고가게에서 어렵사리 고물 녹음기를 하나 장만해 가지고 본격적으로 받아 적기 연습을 시작했다.

5분 뉴스 한 토막을 녹음해 놓고는 “옛 성현들 말씀에 아무리 어려운 글도 백 번만 읽으면 뜻이 통한다 했는데,

제까짓게 백 번만 들으면 뚫리겠지.”하고 단어 하나 하나씩을 반복해 들으면서 받아 적기를 시작했는데,

하루 종일 녹음기를 반복해 돌려가며 그야말로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애를 썼지만 그 절반도 받아쓰지를 못했다.

이렇게 며칠을 계속하니 조금씩 듣는 것이 나아지기는 하는 것 같은데,
안 들리는 것은 아무리 여러 번 귀를 곤두세우고 들어봐도, 미꾸라지 빠져나가듯이 약만 올리면서, 들릴 듯 들릴 듯 여전히 안 들린다.

답답한 나머지 혹시 비슷한 소리라도 있을까 하여 영자 신문도 샅샅이 읽어보고,
또 나중에는 ‘Stars and Stripes’라는 미군 신문까지 구해서 읽어보며 마치 보물찾기 하듯이 받아쓰기를 계속했다.

이렇게 하기를 두어 달, 방구석에 틀어박혀 라디오와 녹음기를 끼고 앉아 뭔가를 쓰다가,
중얼거리다가 하고 있는 모양이 누가 보면 영락없이 북한 지령을 받아 적고 있는 간첩으로 오해하기 딱 좋을 정도로 독하게 연습한 결과 영어 뉴스 받아쓰는 것은 꽤 자신이 붙었는데,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정작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녹음해 놓은 뉴스를 토막토막 반복해 들어가며 받아 적는 것은 별 문제 없이 능숙하게 할 수 있었지만,
라디오에서 그냥 흘러나오는 뉴스는 여전히 알아듣기가 힘든 것이었다.

첫 문장을 듣고 해석을 하다 보면 그새 벌써 서너 문장이 휙휙 지나가고,
또 한 문장을 듣고 해석하다 보면 또 서너 문장이 지나가고 하는 식으로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어 봐도 계속 놓치기만 할 뿐 그 AFKN 아나운서가 말하는 스피드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었다.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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