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정보로부터 나오는 전자파가 거미줄같은 신경망을 타고 주위의 ‘파일박스’들로 퍼져 나가고,
2) 그 전자파에 자극을 받은 ‘파일박스’들로부터, 각종 관련자료들이 역시 신경망을 타고 작업대로 몰려든다.
3) ‘작업대’에 자료들이 도착하면 ‘작업원’이 그것들을 ‘비교·검토·종합’하는 작업을 시작하는데,
작업도중에 추가 자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계속 파일박스로 신호를 보내서 필요한 자료들을 불러들인다.
4) 드디어 작업이 완료되면 그 결과를 ‘출구’를 통해 필요한 곳으로 보내고, 같은 내용을 ‘파일박스’로 보내서 보관시킨다.
5) 간혹, 그 결과자료를 보관할만한 마땅한 ‘파일박스’가 없을 경우에는 그냥 ‘작업대’옆의 임시보관장소에 놓아둔다.
자, 이상이 작업순서의 개략적인 줄거리인데, 기억을 할 때나 기억이 되어 있는 것을 바탕으로 외부정보를 판단할 때 대부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 이번에는 실제로 영어를 듣고 말할 때 이것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영어를 꽤 잘하는 사람이 클린턴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을 때, 머릿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면,
1) “He was killed”라는 소리 정보가 입구로 들어와서 신경망을 자극하자, 관련 파일박스로부터 ‘소리’, ‘문법’, ‘어휘’ 등의 관련 자료들이 ‘작업대’로 보내진다.
2) ‘작업원’은 그 자료들을 재빨리 비교 검토한 뒤 “그는 죽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3) 그리고는 ‘어순감각’에 의해, 거기에 이어지는 추가 정보가 들어올 것 같으니 미리 대기하라는 신호를 입구와 파일박스로 보낸다.
(이렇게 ‘미리 예측하고 대기’하는 것을 ‘predicting’이라고 한다.)
4) 연속해서 “in a car wreck”이라는 소리 정보가 들어오면, 역시 같은 식으로 “자동차 잔해 속에서”라는 뜻을 알아낸 뒤,
방금 전에 작업이 끝나 작업대 위에 대기하고 있던 “그는 죽었다”는 이미지와 결합시켜, “찌그러진 자동차 속에 죽어 있는 한 남자”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5) 그리고는 역시 어순감각에 의해 다음에 들어올 정보를 기다리고… 하는 식으로 계속 작업이 진행된다.
글로 묘사를 하다보니까 굉장히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일상생활에서 듣고 말하고 있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여러 단계의 작업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살펴본 예는 소리, 어휘, 문법, 어순감각 등 영어관련 ‘파일’들이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는 사람의 경우이다.
이 상태에서 좀 더 경험을 쌓고, 자주 함께 취급되는 파일들을 아예 ‘묶음’으로 정리해 놓아서 웬만한 내용은 한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면,
처리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Native와 흡사한 ‘Near Native’의 상태까지 발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영어가 잘 안되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1. ‘소리파일’이 일본말식이나 우리말식으로 되어있어서 무슨 단어들인지조차 알아듣지 못하고
2. ‘어휘파일’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단어 뜻을 생각하다가 시간이 그냥 지나가고
3. ‘어순감각 문법파일’이 복잡한 옛날식으로 되어있어서 이리저리 해석하느라고 애쓰는 동안에 뒤따라오는 문장 들을 놓쳐버리는 등의 증상들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영어를 제대로 잘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머릿속에 ‘소리’, ‘어휘’, ‘어순감각’, ‘스피드문법’들의 기억파일들을 제대로 갖추고,
또 이들을 불러내서 처리하는 속도가 Native수준이 되도록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